아름다운 詩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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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 안나 (2002-07-23 08:42:47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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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 http://anna.netian.com
Subject  
   그대에게 가는 날 - 이해인

    - 그대에게 가는 날 -



   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.

   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

    내 가슴에 맺혀있는 아픔과 슬픔,

    서러움과 외로움을 하나도

    남김없이 털어놓을 것입니다.

    그대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

    종일 나를 기다려 주십시오.



   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.

   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

    내 마음에 쌓여있는 미움과

    욕심과 질투와 교만의 못된 모습들을

    다 고해 바칠 것입니다.

    그대 오늘은 문을 활짝 열어 두고

   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달려 나와

    나를 꼭 껴안아 주십시오.



   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.

   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

   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겹겹의 갈등과

    무거운 일들을 모두 일러 바칠 것입니다.

    그대 오늘은 멀리 가지 마시고

    집에서 겨울준비를 하고 계십시오.

    그리고 내가 가면 따뜻한

    곳에 앉게 해 주십시오.



   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.

   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

    내 착한 마음과 남몰래 베푼 선행과

    눈물의 기도를 모두 말해 버릴 것입니다.

    그러나 그대는

    오늘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

    내 등뒤에 서서 지친 내 두 어깨를

    다독거려만 주십시오.



   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.

   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

    모든 것 털어 내고 마지막으로

    남아 있는 내 사랑의 소식을

    전할 것입니다.

    그때 그대는

    "가슴이 설렌다"는 한마디만

    해 주십시오.

    차마 "사랑한다"는 말은 기대하지

    않겠습니다.



   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.

    날이 밝았습니다.

    날씨는 맑고 바람 한점 없습니다.

    다리는 튼튼하고 몸은 가볍습니다.

    이미 문은 열렸고 나서기만

    하면 됩니다.

    아! 그러나 오늘도 떠나지

    못하겠습니다.

    내 마음의 아픔들을 전하고 돌아올 때

    그 아픔들이 그대 가슴에

    남을 일이 걱정되어

    오늘도 그대에게 가지

    못하고 문을 닫습니다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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